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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드엔딩? 해피엔딩? <라라 랜드> 결말을 좋아하는 사람그 영화 다시 보기 2021. 5. 19. 01:18728x90728x90
<라라 랜드> 결말을 좋아하는 사람
사랑을 하던 두 사람이 이별하면, 그 사랑의 서사는 반드시 새드 엔딩(Sad Ending)일까? 그러하다면 사랑의 종착지는 반드시 두 사람이 결혼으로 맺어지고 백년해로하는, ‘영원해 보이는’ 사랑이어야만 하는 걸까? 헤어진 연인의 결말은 왜 슬픔이어야만 하는 것일까.
fall in love. 사랑은 풍덩 빠지는 것. <라라 랜드(La La Land)>는 각자의 꿈을 좇아 LA로 온 배우 지망생 미아(엠마 스톤 분)와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 분)의 사랑, 그리고 꿈과 성취를 보여주는 영화다. 아직 크게 이룬 것은 없지만 닿고자 하는 목표에 이르기 위해 두 사람은 고군분투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사랑은 쑥쑥 자라난다. 꿈에 가닿기 위해 어떤 것은 포기하고 어떤 것을 잊고 잃는 사이, 그들의 사랑에는 위기가 찾아온다. (이후 결말 스포일러 주의!) 각자의 꿈을 좇아 걸어가고 몇 년 후, 원하던 모습에 도달해 살아가게 된 두 사람. 그러나 아쉽게도 두 사람은 더 이상 연인 사이가 아니다. 서로의 곁에 없다. 그리고 우연히 다시 마주친 두 사람이 꿈을 이루며 잘 살아가고 있는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그 이별이 관객에게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단순히 열렬히 사랑했던 두 사람의 결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장 격렬하게 꿈꾸지만 도달하기에는 너무 멀리 있는, 그래서 외롭고 빈곤한, 지친 그들의 곁에 서로 있어주었음을 관객 모두가 지켜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테면 ‘가장 힘든 시기에 곁에 있어준 사람’, 그 사람에 대한 감사함, 소중함, 미안함 그런 감정들을 언제고 관객들 역시 느껴보았기 때문일 테다.
그렇다면 힘들 때 곁을 지킨 연인을 지키지 못한 채 결국 이별하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새드 엔딩일까? 실제로 <라라 랜드>를 본 관객들의 반응도 제각각이었다고 한다. 서로에게 가장 큰 영감이 된 두 사람이 종내 함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에게 이 영화의 결말은 새드 엔딩이었다.
그렇다면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인 사람’과 ‘-이 아닌 사람’으로 세상 사람을 둘로 나눠보자면 나는 <라라 랜드>의 결말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미아와 세바스찬은 헤어졌지만, 그것은 새드 엔딩이 아니라 해피 엔딩이라 믿는 사람. 사랑은 끝날 수 있지만, 사랑의 파동, 그 영향력은 끝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 그런 사람인 나는 이 영화의 끝이 너무나 현실적이라 마음에 들었다. 잠깐이나마 그려지는 (관객들이 모두 정말 저렇게 되었다면… 하고 한마음으로 바랐을) 미아와 세바스찬의 ‘If’ 장면(두 사람이 헤어지지 않고 성취와 성취 이후의 날들을 함께하는 상상)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을 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식의 동화적 이야기이다. 그야말로 동화다. 그러나 이 영화가 오래 남아 생동하는 것은 감독이 그 동화적인 결론을 깨부수고 우리 곁에 있는 진짜 사랑의 영향력, 그 무늬를 그려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If, if, if... 아름다운 if 결말
사람들은 사랑을 한다. 상대방이 꿈꾸는 이상에 반하기도 하고 그래서 사랑하는 이가 그 이상에 닿을 수 있게끔 곁에서 지켜보고 위로하며 손을 잡아준다. 그들은 서로에게 좋은 영감이 되어, 새로운 삶을 목표로 하게 만들고, 또 다른 내일을 기약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미래를 그들의 것으로 끌어온다. 그로써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은 두려움과 공포가 아닌 설렘과 기대로 가득 차게 된다. 그때 거기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꿈꾸는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내게 영감을 주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되는 사람을 만나는 것. 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응원해줌으로써 나를 변화시키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 자체로 엄청난 행운이자 행복이 아닐까. 그리하여 어떤 이유로든 두 사람이 다시는 만나지 말자는 결론에 이르렀어도, 이별은 슬플 수 없을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흔적을 남기며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어느 시절 나를 꿈꾸게 했던, 행동하게 만들었던, 훨훨 날아가게 해주었던 그 사람이 지금 내 곁에 없을지라도. 나는 이렇게 꿈꾸고 그 사람 아닌 누군가를 사랑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냄으로써, 그때 우리가 가꾼 사랑의 가치를 증명한다.
그 사랑은 끝났다고 표현되지만, 우리 안의 깊은 곳에서 삶을 살아내는 동력이 되어 언제고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 이별이라는 것은, 슬픈 결말이 아니라 행복한 결말이 되어, 오늘도 당신을 살게 하는 것이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5점을 줬다. 728x90728x90'그 영화 다시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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